
“꿋꿋하고 씩씩하게 실패를 향해 뛰어가는 열정의 사람들” 정종임 연출
2월 21일부터 24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요즘 세상처럼 ‘안정된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은 때가 있었던가. 최첨단 시대를 살아가는 만큼 삶의 기본요금도 늘어나고 있다. 옛날처럼 밥 먹고 살아가는 일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에 사람들은 삶의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해 ‘안정의 공간’을 향해 뛰어간다. 이러한 우리의 현재에 국악뮤지컬 ‘운현궁 로맨스’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작품은 실패가 뻔히 보이는 임금과 소리꾼의 사랑이야기를 담는다. 사랑의 실패 속에서도 이들은 꿋꿋하게 삶을 살아나간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정종임 연출과 인터뷰를 나눴다.
“투박한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깊이 있는 울림”
- 국악뮤지컬 ‘운현궁 로맨스’의 음악적 특징이 궁금하다.
국악뮤지컬 ‘운현궁 로맨스’의 창작의 뿌리는 판소리와 국악에 있다. 이는 여타 다른 뮤지컬에서 사용하지 않는 장르다. 창작의 처음부터 판소리를 만드는 작업인 ‘작창’에 들어갔다. 국악뮤지컬 ‘운현궁 로맨스’는 판소리꾼들이 소리를 만들고, 작곡자들이 이를 편곡하고, 판소리꾼들이 직접 노래를 한다.
작품에서 사용되는 판소리들은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반주 형태로 들려진다. 판소리 장단, 선율, 판소리창법을 사용한 음악이 관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게 노력했다.
- 작품의 음악적 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나라 말로 우리나라 노래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뮤지컬 장르는 모든 노래에 반주가 붙는다. 판소리는 다른 악기 없이 사람의 목소리로 우리나라 언어를 표현하는 장르다. 원래 판소리는 1인 예술이다. 뮤지컬 ‘운현궁 로맨스’에서는 여러 인물이 함께 판소리를 부른다. 1고수 1명창의 개념을 확장한 것이다. 거기에 전문 연극배우, 판소리 연주자, 판소리꾼의 삼박자가 잘 어우러졌다.
우리 공연에서 중요하게 표현되는 대목들은 전통 판소리 ‘춘향가’에서 따온 부분이 많다. 관객들은 판소리를 잘 몰라도 이게 ‘춘향가’에 있는 노래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 이야기와 음악이 어떤 방식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궁금하다.
뮤지컬 ‘운현궁 로맨스’는 고종과 진채선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사랑 이야기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은 판소리 ‘춘향가’다. 둘의 사랑은 판소리 음악으로 깊이 있게 그려진다. 고종과 진채선은 판소리를 짓고 노래를 하며 사랑을 꿈꾼다.
‘춘향가’의 해피엔딩에 비해 이 작품은 비극과 슬픔을 다룬다. 뮤지컬 ‘운현궁 로맨스’는 특별한 악기 없이 사람의 목소리 하나로 사랑의 아픔을 노래한다. 판소리의 느낌과 창법과 어법이 처음 듣는 관객들에게 거칠게 들릴 수 있으나 감정적으로 와 닿는 느낌이 크다. 주인공들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이 판소리 창법으로 울려 퍼질 때 오는 짜릿함이 크다.
“비극의 사랑, 소리를 통해 한 층 깊이 있게 담아내다”
- 국악이란 장르가 요즘 세대들에게는 낯선 장르다. 이 장르를 어떻게 뮤지컬과 결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판소리와 뮤지컬 둘의 구성요소는 같다고 볼 수 있다. 판소리 안에는 연기와 노래, 드라마가 담겨있다. 이는 뮤지컬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판소리는 한 명의 사람이 무대를 장악한다. 반면 뮤지컬은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판소리도 이런 뮤지컬의 특징을 차용하면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여러 배우들이 판소리 소리를 함께 주고받으면서 극의 집중도를 높인다. 대부분의 사람이 국악이라 하면 재미없고 고루할 거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국악뮤지컬 ‘운현궁 로맨스’를 보며 국악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애착이 가는 곡과 장면이 있다면.
뮤지컬 넘버 중에 ‘쑥대머리’라는 노래가 있다. 이는 전통 판소리의 ‘쑥대머리’를 우리 식으로 재해석한 노래다. 춘향이가 옥에 갇혀서 몽룡을 그리워하는 모습과 진채선이 고종을 그리워하는 모습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이 곡을 들으며 마치 하나의 ‘아리아’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고종과 채선이 처음 만나 함께 노래를 짓는 장면이 있다. 이때 등장하는 노래가 ‘설레는 봄 햇살’ 이다. 이 곡은 둘의 사랑을 연결해주며 국악뮤지컬 ‘운현궁 로맨스’의 테마를 이룬다. 이 노래도 애착이 가는 곡 중 하나다.
-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
국악뮤지컬 ‘운현궁로맨스’는 외부의 세력이나 강압적인 관계로 이룰 수 없는 남녀의 사랑을 그린다. 고종과 채선의 사랑은 분명 비극이다. 그렇지만 그 사랑에 목숨 걸고 달려가는 열정이 두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지금 이 시대 사람들도 이루고 싶은 것을 어쩔 수 없이 접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때가 있다. 고종과 진채선처럼 그 길의 끝이 실패가 되더라도 이를 다시 딛고 일어나는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배세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기사 원문: http://www.newstage.co.kr/news/view.html?section=2&category=11&no=16197
글/사진 타루
“꿋꿋하고 씩씩하게 실패를 향해 뛰어가는 열정의 사람들” 정종임 연출
2월 21일부터 24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요즘 세상처럼 ‘안정된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은 때가 있었던가. 최첨단 시대를 살아가는 만큼 삶의 기본요금도 늘어나고 있다. 옛날처럼 밥 먹고 살아가는 일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에 사람들은 삶의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해 ‘안정의 공간’을 향해 뛰어간다. 이러한 우리의 현재에 국악뮤지컬 ‘운현궁 로맨스’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작품은 실패가 뻔히 보이는 임금과 소리꾼의 사랑이야기를 담는다. 사랑의 실패 속에서도 이들은 꿋꿋하게 삶을 살아나간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정종임 연출과 인터뷰를 나눴다.
“투박한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깊이 있는 울림”
- 국악뮤지컬 ‘운현궁 로맨스’의 음악적 특징이 궁금하다.
국악뮤지컬 ‘운현궁 로맨스’의 창작의 뿌리는 판소리와 국악에 있다. 이는 여타 다른 뮤지컬에서 사용하지 않는 장르다. 창작의 처음부터 판소리를 만드는 작업인 ‘작창’에 들어갔다. 국악뮤지컬 ‘운현궁 로맨스’는 판소리꾼들이 소리를 만들고, 작곡자들이 이를 편곡하고, 판소리꾼들이 직접 노래를 한다.
작품에서 사용되는 판소리들은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반주 형태로 들려진다. 판소리 장단, 선율, 판소리창법을 사용한 음악이 관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게 노력했다.
- 작품의 음악적 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나라 말로 우리나라 노래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뮤지컬 장르는 모든 노래에 반주가 붙는다. 판소리는 다른 악기 없이 사람의 목소리로 우리나라 언어를 표현하는 장르다. 원래 판소리는 1인 예술이다. 뮤지컬 ‘운현궁 로맨스’에서는 여러 인물이 함께 판소리를 부른다. 1고수 1명창의 개념을 확장한 것이다. 거기에 전문 연극배우, 판소리 연주자, 판소리꾼의 삼박자가 잘 어우러졌다.
우리 공연에서 중요하게 표현되는 대목들은 전통 판소리 ‘춘향가’에서 따온 부분이 많다. 관객들은 판소리를 잘 몰라도 이게 ‘춘향가’에 있는 노래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 이야기와 음악이 어떤 방식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궁금하다.
뮤지컬 ‘운현궁 로맨스’는 고종과 진채선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사랑 이야기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은 판소리 ‘춘향가’다. 둘의 사랑은 판소리 음악으로 깊이 있게 그려진다. 고종과 진채선은 판소리를 짓고 노래를 하며 사랑을 꿈꾼다.
‘춘향가’의 해피엔딩에 비해 이 작품은 비극과 슬픔을 다룬다. 뮤지컬 ‘운현궁 로맨스’는 특별한 악기 없이 사람의 목소리 하나로 사랑의 아픔을 노래한다. 판소리의 느낌과 창법과 어법이 처음 듣는 관객들에게 거칠게 들릴 수 있으나 감정적으로 와 닿는 느낌이 크다. 주인공들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이 판소리 창법으로 울려 퍼질 때 오는 짜릿함이 크다.
“비극의 사랑, 소리를 통해 한 층 깊이 있게 담아내다”
- 국악이란 장르가 요즘 세대들에게는 낯선 장르다. 이 장르를 어떻게 뮤지컬과 결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판소리와 뮤지컬 둘의 구성요소는 같다고 볼 수 있다. 판소리 안에는 연기와 노래, 드라마가 담겨있다. 이는 뮤지컬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판소리는 한 명의 사람이 무대를 장악한다. 반면 뮤지컬은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판소리도 이런 뮤지컬의 특징을 차용하면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여러 배우들이 판소리 소리를 함께 주고받으면서 극의 집중도를 높인다. 대부분의 사람이 국악이라 하면 재미없고 고루할 거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국악뮤지컬 ‘운현궁 로맨스’를 보며 국악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애착이 가는 곡과 장면이 있다면.
뮤지컬 넘버 중에 ‘쑥대머리’라는 노래가 있다. 이는 전통 판소리의 ‘쑥대머리’를 우리 식으로 재해석한 노래다. 춘향이가 옥에 갇혀서 몽룡을 그리워하는 모습과 진채선이 고종을 그리워하는 모습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이 곡을 들으며 마치 하나의 ‘아리아’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고종과 채선이 처음 만나 함께 노래를 짓는 장면이 있다. 이때 등장하는 노래가 ‘설레는 봄 햇살’ 이다. 이 곡은 둘의 사랑을 연결해주며 국악뮤지컬 ‘운현궁 로맨스’의 테마를 이룬다. 이 노래도 애착이 가는 곡 중 하나다.
-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
국악뮤지컬 ‘운현궁로맨스’는 외부의 세력이나 강압적인 관계로 이룰 수 없는 남녀의 사랑을 그린다. 고종과 채선의 사랑은 분명 비극이다. 그렇지만 그 사랑에 목숨 걸고 달려가는 열정이 두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지금 이 시대 사람들도 이루고 싶은 것을 어쩔 수 없이 접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때가 있다. 고종과 진채선처럼 그 길의 끝이 실패가 되더라도 이를 다시 딛고 일어나는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배세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기사 원문: http://www.newstage.co.kr/news/view.html?section=2&category=11&no=16197
글/사진 타루